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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IM CHURCH

해외선교

러시아 선교편지
2011-08-10


   하나님의 선한 의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은 소련의 아프카니스탄 침공에 대한 항의의 표현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대거 불참을 한 반쪽짜리 올림픽이었습니다. 그리고 4년 후 LA에서 개최된 올림픽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들이 역시 불참하였습니다. 그러자 양국의 체육관계자들은 이런 사태를 안타깝게 여기면서 스포츠까지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자고 하는 뜻에서 2년마다 한 번씩 미국과 소련에서 번갈아가면서 <선한 의지의 경기>Good Will Game라는 이름으로 친선경기를 개최하곤 하였지요.
  지금도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기억 가운데 하나는 러시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의 일입니다. <선한 의지의 경기>가 러시아에서 열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자주 내리던 비가 경기 기간 내내 전혀 내리지 않는 것은 물론이지만 다른 때에 비하여 너무나 화창한 날씨가 계속 되는 것이었습니다. 우연찮게 주위의 러시아인에게 요즘 날씨가 너무 좋다고 말했더니 왜 그런지 모르냐고 하면서 그 이유를 말했는데, 경기 기간에 비가 오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구름을 제거했기에 날씨가 쾌청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국가의 주요 행사 때에는 항공기로 특수 화학약품을 뿌려 비구름을 제거한다는 것입니다. 그 때가 거의 18년 전이었는데, 비구름을 제거하여 비가 오지 않도록 한다는 말이 얼른 믿어지지 않았지만 놀랍게도 폐막식이 끝나고 난 이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생각나는 일이 있었습니다. 서울 올림픽이 끝난 후, 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분이 교회에서 했던 간증 가운데 올림픽 기간 동안 비가 오지 않게 해달라고 많이 기도하였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러시아인들이 들었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이들에게 선교사로 찾아온 나 자신의 마음이 잠시 위축된 경험을 했습니다.
  한국은 집중 호우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비구름을 인위적으로 치워서라도 피해가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가집니다. 아니, 호우 피해 등 모든 일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것이 하나님의 선한 의지였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러시아에서 문안드립니다.

  새 교회당 봉헌감사예배와 장로장립 그리고 신학대학교 이사장 취임예배를 성대하게 드렸습니다. 성대하다는 의미는 러시아선교사로서 살아온 동안 그렇게 큰 축하 행사를 해본 적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상운 목사님(당일교회, 동서선교회장)과 사모님을 비롯하여 김성규 목사님(하람교회), 임정석 목사님 내외분(영등포교회), 이영석 목사님(임마누엘교회), 마성호 목사님(베다니교회), 김봉천 장로님(대영교회) 등이 축하차 방문하셨습니다. 그리고 러시아 교회의 감독 및 교단의 여러 임원 목사님들, 같은 지역에서 사역하는 선교사 손영호 목사님(광주 양림교회 원로, 페테르한인교회)과 김신 목사님(상트페테르부르크선교사협의회장) 그리고 김영호 목사님(노브고로드교회)께서도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일산동안교회에서는 회중석의 의자를 컨테이너로 보내주셨고, 영락교회 유니아회와 유니아에 속한 천사회, 그리고 배원기 장로님(베다니교회)과 이능수 장로님(세광교회)께서는 특별 축하 헌금을 해주셨으며, 신학교의 초대이사장이셨던 미국의 김대순 목사님께서는 화환을 보내주셨습니다.
  지난 5월에 교회창립 20주년예배를 드렸는데, 그 때는 아무도 초청하지 않았건만 역시 여러 러시아 목회자들과 정부 종교성의 관리 및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많이 참석하여 축하를 해주셨습니다. 큰 행사들을 연달아 치루고 나니 몸은 바쁘지만 러시아에서 장로교회의 뿌리를 더 깊이 내리는 것 같아 마음은 뿌듯합니다(실제로 지난 주일에는 서로 약혼한 사이라고 하는 두 청년이 우리 교회에 나왔습니다. 예배 후 대화하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자기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이곳으로 이사를 왔으며, 한 달간 장로교회를 찾아 헤매다가 장로교회인 우리 교회를 알게 되어 큰 기쁨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장로장립식을 통하여 다섯 사람의 장로가 세워졌습니다. 교회가 창립된 지 20년 만에 세워졌으니 비교적 늦은 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선교사의 특성상 한 교회만을 신경 쓸 수 없어서, 그리고 제 자신의 게으름도 상당히 작용한 까닭에 그동안 장로를 세우는 일에 좀 무심했던 것 같습니다.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는 느낌이지만 그러나 한걸음씩 내딛다보면 언젠가는 꽤, 많은 발걸음을 옮겼다고 느끼게 되겠지요.
  신학대학교의 제2대 이사장으로 이상운 목사님께서 취임하셨습니다. 이사장직을 맡으신 것은 1년 전이었지만 이제야 선교지에서 취임식을 갖게 된 것입니다. 이 목사님은 15년 이상을 러시아 남부의 카프카즈를 중심으로 하여 많은 교회들과 신학교를 세우셨으며, 그 지역 신학생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여 단기간의 교육을 하여 되돌려 보내는 등 러시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계신 분이기도 합니다.

  김대동 목사님(구미교회)께서 러시아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크로스웨이 성경세미나를 인도해주셨습니다. 성경에 대하여 새롭게 눈을 떴다는 고백들이 봇물처럼 이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최창범 목사님(꿈의숲교회) 내외분이 이곳을 방문하여 저를 격려해주셨고, 높은뜻정의교회 단기선교팀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하면서 우리 교회에서 하룻밤 숙박을 하였으며, 며칠 후에는 서울대학교 대학교회 단기선교팀이 방문하여 열흘간 봉사할 계획입니다. 러시아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길이 하나님의 눈길과 마주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왜 산에 갑니까?” 한 등반가가 이런 질문을 받고 대답하기를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하였다지요. 마찬가지로 “왜 러시아에 갑니까?” 하는 질문에 러시아를 찾아오시는 분들은 물론이지만 선교사인 저의 대답 역시 “사람이 거기에 있기 때문입니다”하고 말할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18년 전 러시아에 막 왔던 그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길 원합니다.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생각은 잊어버리고 오직 앞을 바라보면서 아무 것도 모른다는 선교의 초년병 마음이 되어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이 마음을 굳게 붙들고 일하는 선교사가 되도록 저희를 위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이 러시아를 마음에 품으신 모든 분들과 함께 하길 빌면서,

                                                                                                        2011년 8월 1일
                                                                                              러시아선교사 최영모 박경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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