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도림교회 앞마당에 서면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예배당 외에도 많은 건물이 있단 점인데요. 일반적으로 교회의 규모가 커지면 본당의 위엄을 강조하기 마련이지만, 도림교회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세련된 카페와 도서관은 물론이고 ‘스포츠 라운지’와 '기부 마켓', '미용실'과 금리 부담을 낮춘 수협 은행이 교회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이 유서 깊은 교회가 왜 이토록 다양한 시설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한 걸까요. 시대의 변화를 탓하기보다 흐름 속에 기꺼이 뛰어든, 도림교회 정명철 담임목사의 목회 철학을 이현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유럽의 박물관이 될 것인가, 내일의 숲이 될 것인가' 정명철 목사는 10여 년 전, 독일에서 마주한 충격을 잊지 못합니다. 종교개혁 500주년 현장에서 목격한 건, 한때 웅장한 건축물을 자랑하던 유럽의 교회들이 텅 빈 채 관광객을 위한 '박물관'으로 전락한 모습이었습니다. 반면 미국의 거점 교회들에선 '해답'을 찾았습니다. 지역 공동체에 문화적 구심점으로 스며들어, 살아 숨 쉬는 교회의 모습입니다.
[정명철 목사 / 도림교회 담임] 역사는 계속해서 변해가고 흘러가는데 그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대안들을 찾고 미리 그 자리를 준비하는 것이 우리(교회)가 할 일이 아니겠는가...문제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러한 결단은 막대한 부채를 감수하면서도 '비전센터'를 건립하고 교육관을 리모델링하는 행보로 구체화했습니다. 100년 후에도 도림교회가 누구나 머물 수 있는 '신앙의 숲'으로 남기 위한 선택이란 설명입니다. 이런 가운데 도림교회 100년의 역사에서 영등포 지역사회는 단순한 행정구역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70 80년대 미나리 밭이던 시절부터 공장 지대의 산업화 시기까지, 교인들은 가난한 노동자와 이웃 곁에 함께했고, 그 이웃들은 자연스럽게 도림교회로 흘러들었습니다. 서로의 삶을 나누는 과정 속에서 지역과 교회가 함께 성장한 겁니다. 최근 영등포에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지만, 정 목사는 이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읽습니다. 변화하는 영등포와 도림교회가 함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단 기대에서입니다. 실제로 부유함과 가난함이 교차하는 지역의 특성을 '텃세 없는 환대'로 품어내는 분위기는, 정 목사가 꼽는 도림교회의 가장 큰 자랑입니다.
[정명철 목사 / 도림교회 담임] 우리(도림교회)는 큰 교회면서도 불과 몇 년이 안 돼 여전도회장도 시켜주고 뒤에서 섬겨주고 정말 놀랄 만한 좋은 문화를 도림교회 교인들이 갖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좋게 보시고 계속 부응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기자] 최근 ‘한국 교회 어렵다’는 호소를 어떻게 생각하느냔 질문에, 정명철 목사는 오히려 "지금보다 복음 전하기 쉬운 때가 있었나"라고 반문합니다. 정 목사는 해답을 도림교회가 걸어온 역사에서 찾았다고 설명합니다. 일제강점기엔 야학을 운영했고, 산업화 시기 산업선교까지, 시대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이웃의 곁을 지킨 도림 정신. 시대를 탓하기보다 필요한 존재임을 증명하는 것, 도림교회가 100년 동안 이어온 방식이자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하는 비전입니다.
[정명철 목사 / 도림교회 담임] 지금보다 복음 전하기 더 쉬운 때가 있었나 수많은 순교와 협박 핍박 속에서 교회는 끊임없이 도전해 왔고 복음을 전해 왔습니다 두려워하거나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기자] 이러한 비전은 창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 말씀과 기도로 내실을 다지는 구체적인 영성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7일에 마친 전교인 성경 통독에 이어 오는 30일부터 '24시간 릴레이 기도회'가 열리고, 지역 주민과 성도가 함께 어우러지는 미술 전시와 기념 부흥회도 이어집니다. 100주년 기념 행사의 정점은 오는 4월 5일 창립 100주년 감사주일입니다. 이날 봉인될 타임캡슐엔 이와 같은 고백이 담겼습니다.
[정명철 목사 / 도림교회 담임] 우리의 헌신이 백 년의 숲이 되어 당신들의 삶에 풍성히 맺혀 있기를
[기자] 지난 100년이 여기까지 도우신 ‘에벤에셀’의 은혜였다면, 새로운 100년은 지역사회에 깊이 스며드는 울창한 숲이 되겠단 약속. 시대의 파도를 타고 복음을 전하는 도림교회의 다음 발걸음이 주목됩니다. CTS 뉴스 이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