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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IM CHURCH

해외선교

러시아 최영모선교사 선교편지
2013-02-22

에떠 러시아!’

 

곧 다시 오실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안톤 체호프<A. Chekhov)<삼 년>이라는 책에서 두 지식인의 입을 빌려 외국의 화창한 날씨는 심심하고 불편하다고 하면서 칙칙한 러시아의 늦가을 날씨가 건강에도 좋고 또 그럴 때 기분도 좋아진다고 하였지요. 의사였던 체호프가 그 말에 진정으로 동의했다기보다는 러시아인들의 허풍을 비꼬았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하루 중 해를 볼 날이 거의 없는, 그래서 축축한 날씨가 계속 되는 때이기에 감기 환자들이 많습니다. 교인들은 감기에 걸리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된다고 하면서 예배마저 빠지기 일쑤이지요. 처음에는 그런 태도를 믿음과 연관지어 생각하였지만 한국인들과는 달리 쉽게 감기에 전염되는 러시아인들의 체질을 알고부터는 그런 자세가 오히려 남을 배려하는 예의 있는 태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햇볕이 주는 선물이 부족한 탓에 러시아인들은 이 무렵부터 비타민 D를 먹기 시작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 라오스에서 개최된 아시아유럽회의(ASEM)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D. Medvedev) 총리는 "ASEM은 유럽 국가들과 함께 문명 간 대화를 추구해야 할 독특한 조직"이라고 하면서, 세계 종교 간 화합을 위한 국제회의를 모스크바에서 열자고 제안하였습니다. 종교 지도자들과 시민단체 등의 협력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유네스코가 이 일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최근에 모스크바에 있는 한 무슬림 사원에서 무기류와 반정부 내용을 담은 책자 및 유인물이 발견되어 정부는 모든 교회들을 대대적으로 수색하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수색 대상에는 정교회도 포함되어있는 만큼 그 범위가 상당히 넓은 것 같습니다.

반드시 이 문제와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또 시간적으로도 더 먼저 일어난 일이지만 얼마 전에 우리 신학교에 검사와 경찰 여섯 명이 들이닥쳤습니다. 복사기까지 들고 온 그들은 신학교의 거의 모든 서류들을 복사해갖고 갔습니다. 마침 학생들과 교수들은 그 시간에 유대교 회당과 몇몇 기독교 선교단체들을 방문하던 중이라 신학교에서는 사무실 직원들만이 그들의 침입을 대응도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습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감사를 실시하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던 터라 다른 대학교들의 상황을 알아보았지요. 그러나 모두들 이런 경우는 없었다고 하기에 궁금함은 더욱 컸습니다. 아무리 법을 잘 지키더라도 국가기관에서 우리 학교를 타켙으로 삼고 무슨 일을 시도한다면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내심 신경이 쓰이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며칠 후 검사가 다시 와서 신학교에 대한 추가 사항을 더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재정 담당자와 추후에 좀 더 얘기를 나누기로 하고선 돌아갔습니다. 검사가 자초지종을 다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그와의 대화로 미루어 짐작하면, 2년 전에 학교 인사 문제를 교육부에 등록하려고 했는데 거부를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거부당하였구나생각하고는 더 이상 진전시키지 않고 중단하였지요. 그런데 거부당하더라도 등록한 서류는 마무리하여야만 하는데, 그렇게 하지를 않고 내버려두었기에 결국에는 이런 일이 일어난 것으로 추측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가 이해되지 않은 것은 외국인만 느끼는 것은 아닌가봅니다. 함께 동역하는 러시아인들마저도 선뜻 납득이 가지 않은지, 검사가 돌아간 후 한 사람이 어깨를 위로 치켜들고 양손의 손바닥은 위로 오도록 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에떠 러시아!”(이것이 러시아예요)

에떠 러시아’ -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발생할 때 러시아인들은 흔히 이 말을 사용합니다. 긍정적이기보다는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지요. 냉소적인 의미까지 포함하기도 한 이 말은 그러나 외국인이 사용할 때는 매우 조심하여야 합니다. 러시아인 자신들은 사용해도 되지만 외국인이 사용하게 되면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종종 이해가 안되는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생각나는 시가 있습니다. 150년 전의 시인인 표도르 튜초프의 시입니다.

러시아는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다. /상식의 잣대로 잴 수 없다. /그것은 특별한 형상이 있으니까. /러시아는 오직 가슴으로 믿어야 한다.”

 

현대선교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윌리엄 캐리(W. Carey) 선교사의 고백이 이런저런 이유때문인지 최근 한동안 제 마음에 남아있었습니다.

내가 해야 할 모든 일에서 나는 매우 서투르다기도할 때도 나는 오락가락하며, 형식적이다나는 곧 지친다. 헌신은 사그라지고 하나님과 동행하지 못한다.’

신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비롯하여 때때로 선교사에게 다가오는 사역의 무게가 바위처럼 짓누르기도 하지만,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에서 힘을 얻습니다.

네 짐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가 너를 붙드시고, 의인의 요동함을 영원히 허락하지 아니하시리로다.’(55:22)

 

아울러 기도에 힘을 모으시는 여러분이 있기에 아무 일에도 염려하지 않고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뢸 수 있기를 원합니다.

1. 신학교의 감사가 잘 통과되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러시아 법을 어기지 않으면서 신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지혜를 갖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2. 기독교 학교의 학생들에게 지성과 믿음의 조화를 잘 이루어가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그리고 교사들이 사명감으로 충만하지만 사탄의 시험은 늘 우리 옆에 있기에 하나님께서 언제나 지켜주시기를 기도 부탁드립니다.

3. 프리오제르스크교회가 건축을 위하여 한국의 형제자매들에게 기도를 부탁해달라는 요청을 해왔습니다. 교회당의 설계도를 보면서 건축이 완공되면 복음을 전하는 일이 현재보다 더욱 힘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4. 사람들의 평가에 민감하지 않으며, 앞서서 일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심을 늘 잊지 않는 선교사가 되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전해드린 소식이 다소 무거운 것 같아서 아래의 소식도 함께 전하면서, 러시아 선교의 동역자이신 여러분에게 하나님의 은총과 평화가 함께 하시길 빕니다.

한국영화 달팽이 별’(이승준 감독)이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장애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그랑프리를 수상했답니다. 25개국에서 약 150여 편의 영화가 출품된 이 영화제는 장애인의 삶과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들을 모아 상영하는 국제영화제입니다. 심사위원장으로부터 매우 훌륭한 영화라는 극찬을 받은 달팽이 별은 시각과 청각의 이중 장애인 남편과 척추장애인 아내 사이의 애절한 사랑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20121120

러시아선교사 최영모 박경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