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_icon
DORIM CHURCH

해외선교

러시아 최영모선교사 선교보고
2013-02-28

정명철 목사님과 도림교회 모든 성도님들에게

 

곧 다시 오실 우리 주님의 이름으로 러시아에서 문안드립니다.

 

죽을 사()라는 한자를 파자하면 한 일()과 저녁 석() 그리고 비수 비()자로 되어있지요. 죽음이란 어느 날 저녁에 비수처럼 갑자기 날아드는 것이라고 하는군요. 밝은 낮에 날아오는 비수도 피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어두울 때 날아드는 비수야 더더욱 피할 수 없듯이 죽음 또한 그렇게 우리를 찾아오는가 봅니다.

얼마 전에 함께 동역하는 로긴 알렉산드르 목사가 소천 하였습니다. 그의 나이 아직 50도 되지 않은 터라 그 소식은 저녁에 날아드는 비수처럼 갑작스러운 죽음이었습니다.

알렉산드르 목사와는 10년 가까이 함께 동역하였습니다. 러시아 목회자들은 교회 사역과 함께 반드시 사회를 향한 사역을 병행하려고 합니다. 그러한 태도는 교회의 규모와 상관없이, 아니 교회를 개척할 때부터 하곤 하지요.

알렉산드르 목사는 특히 교도소 선교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습니다. 러시아에는 이런 조크가 있어요. “러시아인들 가운데 1/3은 교도소에 다녀왔고, 1/3은 지금 교도소에 있으며, 1/3은 앞으로 교도소에 가게 될 것이다.” 그만큼 교도소를 많이 간다는 의미이겠지요. 그런 상황이다 보니 알렉산드르 목사의 갇힌 자들에 대한 관심의 범위는 대단히 넓었습니다.

평소 간이 약했던 그가 때로 힘들어 보일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떠냐고 물으면 그는 얼굴 가득한 미소와 함께 손사래를 치면서 니체보’(괜찮다)하고 대답하였습니다. 사역의 현장에서 서두르는 저의 조급함을 볼 때는 그가 유일하게 한마디 하는 한국어로 빨리빨리?”하고 묻곤 하였지요. 무엇보다 그의 얼굴에 늘 웃음이 있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습니다.

알렉산드르 목사가 하던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속담처럼 알렉산드르 목사가 떠난 자리가 꽤 컸지요.

 

지난여름부터 발렌틴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젊은 목사의 가족이 우리 교회에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사업을 하다가 진 빚을 갚기 위하여 사역을 잠시 쉬고 택시를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역대신 돈을 버는 일에 힘쓰고 있는 자신의 행동이 늘 망설여졌습니다. 목사로 부르심을 받았는데, 정작 주님의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언제나 마음에 걸렸던 것이지요. 하지만 당장 눈앞에 닥쳐온 경제적인 문제는 그로 하여금 선뜻 사역에로의 용기를 내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저 가족들이 열심히 교회에서 봉사하는 것으로 위안 아닌 위안을 삼아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알렉산드르 목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본 그는 더 이상 사역자로서의 삶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알렉산드르 목사 역시 젊은 사람이었기에 발렌틴 목사가 받은 충격은 더욱 컸습니다. 그리고는 결단을 하여 그동안 하던 일을 그만 두고 교회로 출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발렌틴 목사의 그러한 행동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난감하였습니다. 교회가 충분한 대우를 해 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형편이 이러니 가서 택시 운전을 계속하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충분한 사례를 할 수 있는 여건도 안 되니 저의 생각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보기도 하였습니다, 교회는 한 주일에 3일 정도만 출근하고 나머지 3일은 지금 하고 있는 택시 운전을 계속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우리 교회로서는 충분한 대우를 해줄 여건이 안 된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의 대답은 장모와 아내가 돈에 신경 쓰지 말고 주님의 일을 하라고 충고했다면서 상관없다고 하였습니다(발렌틴 목사는 장모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형편이 어느 정도인지 뻔히 아는 저로서는 그 대답으로는 마음이 편하질 않았습니다. 결국 고민해야할 그는 태평하고, 고민하지 않아도 될 저는 무거운 짐을 진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주님께 이렇게 기도를 드렸습니다. ‘아직 요단강물이 갈라지지 않았지만 믿음으로 발을 내디딘 제사장들과 여호수아처럼 발렌틴 목사 역시 믿음으로 발을 내딛는 것일 수 있는데, 저의 부족한 믿음으로 그 발걸음을 주저앉히지 않도록 도우소서.’ 하고 말입니다.

발렌틴 목사의 역할로 동역자를 잃은 우리들의 슬픔은 많이 위로받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성령 충만했던 스데반이 떠나고 나니 바울이 오게 된 사도행전의 사건이 우리 가운데서도 이루어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기도는 하나님을 볼 수 있는 거울이라는 말처럼, 막힌 상황에서도 해결책은 기도이기에 러시아를 마음에 품으신 도림교회 성도님들에게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1. 발렌틴 목사의 모든 문제들이 하나님의 은혜 아래서 해결되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매달 갚아야 하는 빚이 있지만 그러나 사명에 충실하려는 자세를 주님께서 기쁘게 받으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그의 사역을 통하여 그리스도에게로 돌아오는 영혼들이 많아지길 원합니다.

 

2. 기독교학교와 신학교를 위하여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학교의 운영은 물론이지만 가르치는 이들이나 학생들이 모두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면서 배우고 가르칠 수 있기를 원합니다.

 

3. 개척된 교회들과 협력하고 있는 교회들을 통하여 러시아에 복음의 꽃이 활짝 피어나길 기도 부탁드립니다. 폭설로 지붕이 내려앉은 교회도 있고, 교회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져 사고가 난 교회도 있으며, 불에 타버린 예배당을 건축해야 하는 교회도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을 겪으면서 하나님의 크신 은혜를 더욱 깊이 체험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하나님의 크신 자비와 은혜가 열방을 품고 기도드리시는 여러분에게, 그리고 가정과 산업과 교회 위에 계속 되길 아울러 기도드립니다. 그리스도의 평화를 빌면서.

 

2013. 2. 25

러시아 선교사 최영모 박경희 드림